작은실수에 드라이버의 생명 위협
귓가를 찢을 듯한 굉음이 울리는 자동차 경주에는 드라이버, 미캐닉, 감독이 있다.
이 중 미캐닉은 레이싱카의 제작과 점검·조정·수리 등을 맡아 드라이버가 운전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사고를 대비해 드라이버의 안전까지 책임져야만 한다. 하지만 우승을 차지했을 때 드라이버 못지않은 기쁨과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자동차 경주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는 이들의 비밀을 BMW-이레인 레이싱팀 소속 전홍식 수석 엔지니어가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카레이싱의 ‘마이더스 손’ 미캐닉의 세계(1)
필자가 모터스포츠를 접한지 벌써 10년이나 흘렀다. 그동안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카레이싱 드라이버가 되는 길’이고, 그 다음이 ‘카레이싱 미캐닉이 되는 길’이다.
흔히들 ‘미캐닉’이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자동차 경주 도중 경주차가 ‘피트인’을 했을 때 여러 명이 타이어를 교환하는 장면이 떠올리게 된다.
‘미캐닉’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기계공, 수리공, 정비사라고 표현되어 있다.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 말로 ‘카레이싱 미캐닉’을 표현하기엔 역시 부족한 느낌이 든다.
경주차를 다루는 사람들은 크게 ‘엔지니어’와 ‘미캐닉’으로 나눌 수 있다. ‘엔지니어’는 차량 설계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드라이버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차량의 셋업을 결정한다. ‘미캐닉’은 ‘엔지니어’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레이싱카의 제작과 점검·조정·수리를 맡는다. 여기에 엔지니어와 미캐닉이 완성한 경주차를 서킷에서 다루는 것은 ‘드라이버’가 하게 된다.
미캐닉은 경기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보통 경주차의 엔진과 기어박스를 조립하기도 하며, 서스펜션 셋업과 샤시를 제작하기도 한다. 또 차량이 피트인 했을 때 타이어를 교환하고 주유를 하기도 한다. 물론 차량의 점검은 물론이고 사고가 났을 경우 수리를 하는 것도 미캐닉 몫이다.
▲ 르노F1팀의 경주차가 피트인하자 미캐닉들이 타이어 교환 및 연료주입을 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캐닉은 매번 연습 주행전 차량의 모든 볼트와 너트의 체결 상태, 부품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것부터 매 시즌이 끝나고 차량을 분해해 새 차를 다시 만들기도 한다.
물론, 위와 같은 일만 하는 것이 미캐닉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일반 양산차를 다루는 미캐닉과는 달리 레이싱 미캐닉은 ‘조직’과 ‘감정’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일반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자동차경주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조직력’이다. 레이싱 팀에서는 오너부터 매니저, 엔지니어, 미캐닉, 드라이버, 사무직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원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 이 중 특히 ‘미캐닉’은 핵심인력이기 때문에 이들의 작은 실수 하나가 드라이버의 생명마저 위협할 수도 있다.
미캐닉도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을 가지고 있다. 드라이버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작업한 차량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땐 뛸 듯이 기뻐하고 열광하지만 저조할 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래서 미캐닉은 드라이버와의 일체감을 갖고 일해야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미캐닉을 겸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경주의 수준이 높을수록 ‘엔지니어’와 ‘미캐닉’의 구분은 세분화 되어 있고 역할이 더욱 철저해진다.
최근 전세계 포뮬러 클래스의 입문 단계인 포뮬러BMW의 경우 보통 1명의 엔지니어가 2~3대 정도의 차량을 담당하며 데이터 분석과 차량의 셋업 등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또 1대 당 1~2명의 미캐닉이 엔지니어의 지시에 따른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은 피트 내에서 작업하는 이들만 5~10명의 엔지니어가 있으며 경주차 1대당 보통 20~30명 정도의 미캐닉이 매달린다. 미캐닉의 인원은 팀의 재정적인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