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F1 드라이버 라인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기존의 10개 팀은 이미 모든 드라이버들을 확정지었다. 올해는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에 일본의 수퍼 아구리팀이 참가하기로 최근 결정됐다.
2006년 F1 드라이버 라인업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2005년까지 페라리의 시트를 차지하고 있었던 루벤스 바리켈로의 혼다 이적이다. 바리켈로는 혼다의 기존 드라이버, 젠슨 버튼(영국, 25)이 양보해 11번을 차지하며 팀의 퍼스트 드라이버가 되었다.
▲ 혼다F1팀 루벤스 바리켈로.
페라리에서 바리켈로가 떠난 빈자리는 2005년에 자우버팀에서 뛰었던 펠리페 마싸(브라질, 24)가 채웠다. 2006년 시트를 차지하기 힘들 것이라 예상되던 쟈크 빌레뇌브는 BMW가 인수한 전 자우버와의 2년 계약으로 파기할 경우 물어야할 어마어마한 계약 파기금을 걱정한 BMW 자우버가 울며 겨자 먹기로 제공한 시트를 차지했다.
이런 거물급 드라이버들의 이동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BMW와 결별한 윌리암스의 니코 로스버그(독일, 20)와 레드불이 미나르디를 인수해 두 번째 팀으로 만든 토로 로소(이태리어로 ‘레드불’을 의미한다.)의 스캇 스피드(미국, 22), 비탄토니오 리우찌(이태리, 24)가 새로운 F1의 정규 드라이버 자리를 차지한 것도 2006년 F1의 뉴스거리 중 하나이다. 이중 리우찌는 레드불에서 크리스챤 클린(오스트리아, 22)과 번갈아가며 경기에 참가하다 2005년 중반 클린에게 자리를 내주고 토로로소의 2006년 정규 드라이버가 되었고 로스버그와 스피드는 F1 첫 참가이다.
약관 20세에 F1에 참가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2005년 F1 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챔피언에 오른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 24) 역시 2001년 19세의 나이로 F1에 처음으로 참가했었다.
2006년 드라이버들 중 20세 혹은 그 이전에 F1에 데뷔한 드라이버로는 알론소를 포함해 마싸(20세), 바리켈로(20세), 버튼(20세)과 로스버그(20세) 등 5명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로스버그를 필두로 이런 수퍼 루키들의 등장이 눈에 곧잘 띈다. 2005년 유로 F3를 독점한 루이스 해밀턴(영국, 20)이 맥라렌 메르세데스 F1팀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점지되었고 같은 시리즈의 루키챔피언을 차지한 세바스챤 베텔(독일, 18)은 얼마 전 BMW F1 팀과 테스트를 가졌다. BMW는 베텔의 가능성을 높이 사 적극적인 지원을 마다않고 있으며 얼마 전 열린 포뮬러 BMW 월드화이널 공식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영광을 베텔에게 주었다.
▲ 2005 유로F3 시리즈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
F1과 관련된 수퍼 루키들이 위와 같다면 2005년 첫 창설된 A1 그랑프리의 수퍼 루키로는 단연 아만 이브라힘(인도, 16)을 꼽을 수 있다. 아만은 2005년 포뮬러 BMW 아시아에서 이레인 레이싱팀의 드라이버로도 활약했고 이것이 최초의 국제 경기 참가 경험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너무도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수퍼 루키들이 탄생할까? 이런 수퍼 루키들의 탄생배경에는 포뮬러 BMW를 비롯한 엔트리급 포뮬러 클래스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드라이버들 대부분이 열 살을 전후한 나이에 카트에 데뷔해 15-16세에는 엔트리급 포뮬러 클래스에 올라 1-2년 경험한 후 상위 클래스를 거친 후 F1에 입문하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결국 카트에 입문한 후 10년, 엔트리급 포뮬러를 처음 타고 4-5년 후에 F1에 오르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이다.
이에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실로 어마어마하다. 유럽에서 포뮬러 BMW를 타는데 1년에 2억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고 F3는 챔피언쉽 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 5억 원의 예산은 있어야 함을 감안한다면 대략 들어가는 비용이 짐작은 갈 것이다. 그러면 저 높은 곳의 클래스에 있는 드라이버들은 이 정도의 액수를 투자할 만큼 모두들 많이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연히 두각을 나타낼 때까지 투자할 만한 정도의 금액은 있어야겠지만 일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 레드불 주니어 프로그램과 같은 어린 드라이버 육성 시스템과 포뮬러 BMW, 포뮬러 르노, 포뮬러 토요타 등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원메이크 포뮬러의 지원도 이들에겐 큰 힘이 된다. 물론 이외에 일반적인 스폰서를 잡을 수도 있다.
▲ 포뮬러도요타.
이제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수퍼 루키가 탄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몇몇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레이스에 입문하는 나이가 20세 전후이다. 모터스포츠의 기본인 카트도 그다지 활성화되어있지는 않다. 또한 국내에는 엔트리 포뮬러 역시 전무하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으로는 포뮬러 BMW 아시아나 일본의 포뮬러 토요타 정도일 것이다.
한편 어린 드라이버의 투자에 있어서도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모터스포츠를 시작하는 어린 드라이버들의 부모들이 자신들의 아들, 딸들이 두각을 나타낼 때까지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의 심적, 경제적 준비가 된 이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혹시 있더라도 이런 두각을 나타낸 드라이버들을 이후에 지원해 줄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현실이다. BMW 그룹 코리아가 유경욱과 안석원을 지원해 포뮬러 BMW 아시아 시리즈에 내보낸 것이 전부라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자동차 회사를 포함한 국내 기업에서 어린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쉽게 떠올리기 힘들다.
그러면 정말 우리나라에서 수퍼 루키의 탄생은 불가능한 것일까?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 수퍼 루키의 가능성을 가진 대표 주자로는 현재 유럽에서 카트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문성학(15)과 킥스렉서스팀의 감독인 김정수씨의 아들 김동은(14)을 들 수 있다. 현재까지 이 두 드라이버들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고 각자의 환경 역시 좋아 보인다.
어차피 이들이 크기 위해서는 국제무대로 나가야한다. 카트에서 그런 것처럼 계속 국제무대로 나가 더 큰물에서 더 많은 시련을 겪으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껴야한다. 이들이 두각을 나타낼 때까지는 이런 어린 드라이버들을 위한 최소한의 육성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필자는 이 두 명을 포함한 모든 어린 드라이버들이 앞으로도 계속 엘리트 코스를 걸어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큰 사고(?)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은 이들 개인에게는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모든 모터스포츠인들의 간절한 소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