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최초의 F1 드라이버를 꿈꾸는 문성학이 지난 16일 말레이시아 세팡서킷(1주, 5.543km)에서 열린 포뮬러BMW퍼시픽 6라운드에서 24대 출전 경주차 중 14번째로 출발해 9위를 차지했다. /세팡=지피코리아
"올시즌 톱3 진입 하고 말거예요!"
모터스포츠의 아시아 스피드 축제인 AFOS(Asia Festival Of Speed)가 한창인 지난 16일 말레이시아의 세팡서킷(1주, 5.543km). 38도에 이르는 폭염속을 뚫고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9번 머신이 트랙위를 질주하고 있다. 굉음을 울리며 사납게 달리던 머신은 태국과 말레이시아 국기가 새겨진 머신들을 하나 하나 추월하기 시작한다.
바로 대한민국 카레이서 문성학(19, 성균관대 경영학부 1년)이다. 문성학은 지난 3월부터 이레인팀 소속으로 포뮬러BMW퍼시픽시리즈에 출전하고 있다.
포뮬러BMW퍼시픽 시리즈는 말레이시아, 한국, 싱가폴, 마카오 등에서 열리며 1200cc급 140마력대 BMW 엔진을 사용하는 포뮬러 입문 종목이다. 현재 포뮬러원(F1)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바스찬 베텔(23, 독일, 레드불)과 니코 로스버그(25, 독일, 메르세데스GP)를 비롯해 총 8명의 현역 F1 드라이버들이 포뮬러BMW를 거쳐갔다.
문성학 역시 F1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3월 한국의 레이싱팀 이레인에 입단했다. 이레인팀은 현재 히스파냐 레이싱팀에서 정규 F1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는 카룬 찬독(26, 인도)을 키워낸 명문팀이다.
이날 열린 포뮬러BMW퍼시픽시리즈 6라운드에서 문성학은 총 24명이 출전한 가운데 9위에 올랐다. 시리즈 출전 여섯번 만에 톱10에 진입한 것. 예년과 달리 유럽의 실력파 드라이버들이 대거 참가하며 대회 수준이 높아졌다. 6라운드에 앞서 지난 4월초부터 출전한 다섯번의 경기에서 문성학은 모두 1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문성학은 경기 종료후 "이제야 감을 찾았다"며 "득점권에 진입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1년 카트를 통해 카레이싱에 입문한 문성학은 2003년 코리아카트그랑프리 챔피언에 올랐다. 이듬해 본격적인 카레이서의 길을 택한 뒤 영국으로 카레이싱 유학을 떠났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카트 시리즈에 참가하며 실력을 쌓은 문성학은 2007년부터 본격적인 포뮬러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2007년 포뮬러르노 하위 시리즈에서 7전과 8전에서 3위에 입상하는 등 루키부문 종합 2위를 차지했다. 2008년엔 포뮬러르노 상위 시리즈 최고성적인 9위에 올랐다.
문성학에게 2010년은 도약의 해다. 그는 지난해 대학 입학을 위해 카레이싱을 쉬었고, 올해 성균관대 경영학부에 입학했다. 체육 특기자와 달리 수업을 다 들으면서 주로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훈련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선수들이 세팡에서 한달 가량 현지 훈련을 한 것과 달리 일주일간 테스트한 게 전부다.
이날 6라운드 경기까지 마친 문성학은 오는 8월 27~29일 전라남도 영암서킷에서 열리는 7~10라운드에 출전한다. 문성학은 "규정상 홈서킷인 영암에서는 충분한 연습을 가질 수 있다"며 "8월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성학과의 일문일답.
- 본인에겐 '유럽파 드라이버'라는 수식이 붙는다. 유럽에서 카레이싱을 배웠다는데.
▶ 반대로 얘기하면 영국까지 가서 카레이싱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의 모터스포츠가 빨리 발전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유럽에서는 포뮬러르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포뮬러BMW와는 비슷한 차량이다.
- 어린 나이에 유럽에서 홀로 생활하기가 무척 힘들었을텐데.
▶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힘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가고 있는 레이서의 길을 뒤돌아 보거나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드라이버 생활에 큰 차이는 무엇인가.
▶ 팀 스탭들 대부분이 영국과 독일 출신들이라 유럽에 있을 때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날씨는 유난히 더운데다 습도까지 높아 유럽에서 포뮬러르노를 탈 때 보단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 유럽으로 가기전에 한국에서 카레이싱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 10여 년전 아버지께서 재밌는게 있다며 카트를 권하셨던게 시작이었다.
- 주위의 권유로 시작하더라도 본인이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텐데.
▶ 모터스포츠에는 특별한 흥미와 매력이 있다. 바로 우승의 순간에 맛보는 쾌감이다. 그 순간 우승자의 기분은 최고조에 이른다. 또한 카레이싱을 하다보면 승부욕도 무척 강해진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트랙에선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이 나타난다.
- 하루 운동량은 얼마나 되는가.
▶ 웨이트 트레이닝을 2시간씩 하며 유산소 운동도 1시간씩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 카레이싱을 하면서 롤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다면.
▶ 어렸을때만 해도 롤모델은 '천재 드라이버' 고 아일튼 세나(브라질)였다. 하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롤모델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팀과 함께 호흡을 하기 때문에 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 포뮬러BMW퍼시픽 대회 참가 결정이 매우 늦었다. 현재까지 경기를 치른 소감.
▶ 솔직히 말하면 포뮬러BMW퍼시픽 대회에 출전하면서 종합 5위 안에는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 올시즌 유럽에서도 좋은 드라이버들이 많이 와 그 틈에서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 좋게 받아들인다.
- 이번 주말처럼 4번의 레이스를 치뤄야하는 혹독한 스케쥴이 부담스럽진 않은가.
▶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레이스를 마치면 3kg정도 체중이 줄어 힘들지만 연습주행시 하루 4시간 가량 주행을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은 거의 없다. 하지만 4번의 레이스를 치르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각종 심리적인 요인들이다. 실전은 연습과 다르기 때문에 실제 레이스에서는 심리적인 부담이 무척 크다.
- 다른 포뮬러 시리즈에도 도전해볼 의향이 있는가?
▶ 물론이다. 모든 드라이버의 최종 목표는 F1 진출이다. 빠른 시일내에 윗 급인 F3와 GP2 시리즈를 거쳐 한국인 최초로 F1 드라이버에 도전해보고 싶다.
/말레이시아 세팡=문재수 기자 jsmoon@gpkorea.com, 사진=(말레이시아 세팡) 김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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