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모터스포츠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제 얘기는 사실 여러 자동차 전문지에 몇번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0년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역시 어떻게 하면 미캐닉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일 겁니다.
아마 10년간 제가 여러가지의 답변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자리에선 답변 대신 제 얘기를 간단하게 할까 합니다.
저는 대학교를 삼수해서 후기에 2지망(요새도 이런 시스템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ㅡㅡ^)으로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제가 원자력공학에 관심이 있었느냐? 그건 전혀 아니었습니다.
후기 입학생 모집요강에 2지망을 쓰는 난을 보고 어차피 2지망은 안될거란 생각에(당시 타교는 2지망과 1지망 탈락자 중 20%를, 경희 대학교는 10%만을 뽑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좀 힘들었죠ㅡㅡ;;) 2지망에 공대는 써야겠고 다른과들은 전부 5글자(예: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건축공학과 등)였고 원자력공학과는 6글자길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원자력공학과의 코드인 226(아직도 잊혀지지 않음)을 썼습니다.
저 사실 4년 동안 원자력공학 공부 안했습니다. - 교수님, 죄송합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병폐죠.ㅡㅡ^
2학년 끝나고 3학년 올라갈 때, 문득 제 어렸을 때 꿈이 자동차 디자인이었던 걸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 거의 산업디자인학과 가서 수업듣고 살았습니다. 그 과 신입생들 거의 제가 그 과 선배인 걸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기가 거의 힘들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때 제가 방향을 바꾼 것이 튜닝이었습니다. 지금은 튜닝이라는 말 자주 하죠, 당시엔 튜닝이라고 하면 다들 처음 듣는 말이라고 할 때 였습니다.
그래도 4년제 대학교 졸업한 제가 졸업 후 처음 직장 가진 곳이 카센타였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꼬마로 일했습니다. 수십군데에서 거절 당하고 양재동의 모 카센타 사장님이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첫 월급 30만원이었습니다.(저 1학년 때 학생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로 100만원 벌었었습니다.^^;;) 6개월 열심히 빵구(^^)때우고, 엔진오일 갈았습니다.
자동차 전문지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습니다. '튜닝에 대해 알고 싶으십니까? 연락하십시요.' 전화 몇 개월 동안 했습니다. 그 회사 사장님 3개월만에 만났습니다.
'그럼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해보지.' 대답듣고 3개월 더 기다렸습니다.
제가 처음 일하던 날, 제 스승님이(지금은 한국에 안계십니다) '너, 튜닝의 기본이 뭔 줄 아느냐?' 제가 아는 것 모르는 것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습니다.
그분 한말씀 하시더군요. '튜닝의 기본은 닦는 것이다.' 마치 선문답의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진실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부품을 써도, 아무리 좋은 재주를 부려도 엔진에, T/M에, 그 어디던지 제대로 안 닦아 조그마한 불순물이 들어간다면 그걸로 끝입니다.
1년을 하다보니 제가 너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아는 것이 너무 없어 배우기가 힘들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학을 결심했고 호주로 떠났습니다.
귀국 후 물론 다시 미캐닉 일을 했구요.
이상이 제가 미캐닉이 된 과정을 간략하게 말씀 드린 것입니다.
제가 제 이야기를 이렇게 실은 것은 제 자랑을 하기 위함도 아니요(사실 자랑할 것이 없지요...ㅡㅡ;;), 이 속에 미캐닉이 되는 길이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미캐닉스쿨 없는 것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현실이 모터스포츠 선진국들과 비교해 열악한 것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들 곁에는 '자동차학과', '모터스포츠학과'라고 이름 붙은 학과들이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 곁에는 여러분이 꿈꾸는 윌리엄스, 페라리, 맥클라렌 F-1 팀은 아니어도 우리나라 레이싱 팀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모터스포츠를 시작할 때 보다는 분위기 훨씬 더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법관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고3학생이 수능 안보고 하버드 법대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나라 고등학생 축구선수 중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스페인 프리메가 리가, 이태리 세리에 A 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제가 짧은 생을 살면서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는만큼 배운다.'입니다. 먼저 세계적인 미캐닉이 되겠다고 생각하셨다면 주위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부터 배우세요. 틈틈히 영어공부 하셔서 더 배울 수 있을 때까지 오르세요. 그리고 다음 길을 찾으세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여러분 주위에 기회는 정말 많이 널려(ㅡㅡ^)있습니다.
여태껏 제게 문의를 하신 분 중에 제 가슴속에 가장 와 닿는 분은 한 2 페이지 전쯤인가 '강일'이란 분이 문의하신 내용입니다.
먼저 얻을 수 있는 것을 얻고 그 다음을 구하세요. 분명 길은 있습니다.
꿈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전홍식
ojuoju
오랫만에 들어와서 글 읽고 뭉클 했습니다.
일하느라 머리 아팠는데, 싹 가셨어요!
나도 열심히 해야지^^
[2004-10-01]
f1hyun
추석 잘 보내셨죠?
다음 태백전엔 어떻게 해서라도 가보려구요....
그럼 태백에서 뵙겠습니다.